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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대상 받은 다큐영화 “아마딜로” 관람 소감:
이름 : 김승권(kimsk@korea.ac.kr)   작성일 : 12/05/07   조회수 : 818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덴마크 군과 탈레반과의 실제 전투 상황을 다룬 전쟁 다큐 영화. 전투의 긴장감이 병사들의 표정과 대화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이슬람 세력과 서방세력간에 수 세대를 걸친 싸움이 9.11테러로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탈레반으로 부터의 협박과 다국적군의 회유 사이에서 주민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결국 힘 없는 아프간 주민들이다. 그 전쟁에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동원된 젊은 덴마크 병사들도 주민들 틈에 숨어든 탈레반이 도로변에 몰래 매설한 지뢰, 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 공격에 눈뜨고 당하고 분노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무료함에 찌들어 자원 입대한 현대의 젊은이 들이 삶과 죽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 인터넷 전쟁게임보다 더 흥분되고, 전율과 스릴을 느끼게 하는 놀이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감독은 인터넷 전쟁게임 장면에 연이어 실제 전투 장면을 이입시키고, 휴식시간에 섹스영화를 즐기고, 캠프 내에서 모터사이클을 고추 세워 타며, 그 짜릿함을 즐기는 병사를 슬쩍 보여줌으로써 그 같은 의문에 방점을 준다. 전쟁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서 평범하던 젊은이 들도 어쩔 수 없이 잔인해 진다. 화력과 장비와 기동력이 강한 쪽은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을 합리화하며 점점 목숨을 건 야비한 싸움에 중독되어 가고, “전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란 명제를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평화유지군의 개인 화기와 전투 장비를 과거 70년대 초 내가 전방에서 군 복무할 때와 비교하며 유심히 보았다. 현대전의 개인화기, 통신 및 야간 전투장비가 엄청나게 좋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전자 및 통신 장비가 열세인 군대는 이제는 제 아무리 정신력이 좋아도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비가 열세인 탈레반의 끈질김을 보면, 전쟁은 나기도 어렵지만, 한 번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그만두기가 더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나는 것만은 피해야 하겠다. 전쟁을 즐기는 폭력의 유전자가 수컷의 몸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찜찜함이 밤늦게 영화관을 나서는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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